경찰 출석 앞둔 전 의협회장 "尹정부 이랬더라면" 뒤늦은 한탄

입력 2024-03-05 16:53   수정 2024-03-05 16:55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도운 혐의를 받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해 경찰이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등 의사 집단행동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4일 "지난 토요일에 저희가 일부 의협 간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출석요구도 한 상태"라며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의협 쪽에 따르면, 경찰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에게는 출석 조사를 통보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오는 9일 오전 10시에 경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간다"고 밝혔다.

노 전 회장은 이어 '정부가 이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글을 통해 정부가 필수의료분야 유인동기 방안 등에 대해 의사협회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의사를 악마화했다고 비판했다.

노 전 회장은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이 현재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몇몇 연구에 의하면 2035년까지 의사수가 1만명에서 2만7천명까지 부족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면 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의사증가율이 OECD 1위이고,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비필수진료분야로 의사들이 이동한 것이 문제다. 의사들을 필수의료분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수가 현실화와 사법리스크의 완화 등의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알겠다. 그러면 말씀하신대로 필수의료분야로 의사들이 다시 회귀할 수 있도록 유인동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만약 이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온다면 그 때는 이전 2000년도에 감원했던 350명을 다시 증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 전향적으로 논의해주실 수 있겠나'라고 말했을 것이고 그러면 의사협회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을 것이다"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저렇게 했다면) 수많은 전공의들이 미래의 희망을 잃고 환자의 곁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고, 환자를 살리는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라며 "전국민이 의사들을 향하여 손가락질하며 비난을 퍼부음으로써 환자-의사간의 신뢰가 깨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10만명 의사들이 가슴에 상처를 입고 자괴감과 허탈감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그리고 무엇보다 진료현장의 혼란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단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환자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상당수가 제시한 시한까지 복귀하지 않자 행정처분에 돌입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50개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통해 미복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현재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는 지난달 29일 기준 7854명이다. 일부 복귀 인원을 제외하면 이번 행정처분을 받는 전공의들은 약 7000명에 이른다.

복지부는 오는 6일까지 현장검증 및 채증을 진행하고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다. 이어 전공의 의견을 들은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지난달 16일부터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전공의는 100개 수련병원 소속 9438명, 복귀하지 않아 불이행 확인서가 징구된 사례는 7854명에 달한다. 정부는 불이행확인서를 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3개월 이상의 면허정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가 수천 명의 의사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처음인 데다 최종 처분까지 수 주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집단행동의 핵심인 각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 등이 우선 처분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일 각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 등 13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해 행정처분이나 사법 조치를 위한 요건을 갖춘 상태다.

전공의에게 3개월의 면허정지가 내려지면 처분을 받은 전공의에겐 행정처분 이력과 그 사유가 기록되는데, 이것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취소된 면허가 '부활할 기회'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2019년만 해도 의사 면허 재교부 비율은 100%였다. 하지만 범죄자가 버젓이 의사로 근무하는 데 대해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재교부 심사 구조가 강화됐다.

면허가 한 번 취소된 의료인은 취소 사유에 따라 적게는 1년간, 길게는 10년간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없다. 만약 이번에 면허가 취소된 전공의 등 의사가 재교부를 신청하더라도 '집단행동으로 인한 면허 취소'가 사유인 경우, 재교부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의협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서민위는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불러 대량으로 문서 폐기한 것은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한다"며 "피고발인들의 부적절한 행위는 이번 의사증원 정책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낳도록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4일 오전 10시 40분쯤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로 불러 다수의 문서를 폐기했다. 이에 대해 피고발인 중 한 명인 박명하 위원장은 "해당 문서는 법원 등에서 환자 의료사고에 대해 감정을 요구해서 둔 자료로, 전부터 정기적으로 파쇄하던 것"이라며 "이런 오해가 생겨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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